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운송 거부)이 10일째를 맞으면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안전운임제 연장안 폐지 강공 카드로 이번 주말이 고비를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엿새 만인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시멘트 업계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서 발송에 화물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휘발유‧경유 등 정유 수송 분야에서도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오는 6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 화물연대 총파업 쟁점 ‘안전운임제’ 난항

화물연대 총파업의 핵심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 개선과 화물차 안전 확보를 위해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받는 제도다.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25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12층 중회의실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의 총파업 일정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최하나 기자 
25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12층 중회의실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의 총파업 일정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최하나 기자 

예를 들면 40피트 컨테이너가 200km를 왕복할 때 적용되는 안전위탁운임(운수사업자가 화물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임)은 53만500원, 안전운송운임(화주가 운수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운임)은 60만1500원이다.

도입 당시 정부는 기존 운송료 지급 체계 등 시장 혼란을 우려해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해 3년 일몰제를 도입했고 이번 달 31일 시한이 만료된다.

이에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것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모든 화물차에 적용하고 제도의 완전 정착을 요구하고 있다.

15년차 철강 화물운송기사인 심현호씨는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안전운임제가 시행돼 컨테이너와 BCT 노동자들은 적정한 운송료를 받는다”며 “적정 임금을 법제화해서 중간에 떼이는 것을 제어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운송료 지급이 법제화되면 화물 노동자들이 브로커들에 의해 떼이지 않고 정부가 고시해 준 운송료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가 장기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실상 화물연대와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가 파업을 이어갈 경우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안전운임제의 일몰 여부뿐 아니라 제대로 된 제도인지 다각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화주들은 운임이 30~40% 상승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해상·항공 운임이 급등하고, 육상 운임까지 올라가 물류비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화물 총파업 연대 및 대체수송 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화물 총파업 연대 및 대체수송 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며 국토교통부와 합의했으나 국토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9월 말 국회에 “화물운송서비스의 소비자이며, 화물차주와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닌, 화주 운임을 강제하는 방식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해 화물연대는 사실상 ‘안전운송운임’ 삭제라고 반발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은 영구 시행이 아니라 적용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한시적 시행이라고 맞선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요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안전운임제 적용으로 화물 운임이 10~20% 증가했는데 여기에 대상 품목까지 확대하면 영세 화주(화물 운송을 위탁하는 사람) 위주로 타격을 받고 전체 물류비도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안전운임제’ 해외 사례는

안전운임제가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제도라는 주장이 있지만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화물운송종사자가 받는 최저운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가 밴쿠버 항만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최저운임제를 운영 중이다.

캐나다 항만운영규칙과 트럭운송법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 항만에서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는 면허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면허를 관리하는 BC주 컨테이너운송감독청(OBCCTC)이 운임과 유류 할증료를 결정한다.

국가 단위로는 호주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도로안전운임제를 2016년 전국에 도입했다.

다만 제도가 개인사업자인 차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현재는 뉴사우스웨일즈(NSW)주만 강제성 있는 운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NSW주는 노사관계법 제6장을 통해 운송 계약주체들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제시한다. 의무조항에는 최저운임, 병가, 최대 노동시간 등 고용조건이 포함된다. 차량의 종류에 따라 거리당 또는 시간당 최저운임이 정해진다.

브라질은 2018년 화물 운송 종사자 대파업 이후 최저운임법을 도입,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브라질 최저운임제는 일반화물‧벌크화물‧냉장화물‧위험화물‧네오벌크화물 등 거의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적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노동자들이 교섭권을 가지고 있어 산업 업종별로 화주와 교섭할 수 있어 안전운임제도의 필요성이 적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대기업인 ‘화주’와 교섭하거나 협의를 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유류값 인상 등을 운임으로 보장받지 못하니 생존권 위기로 몰리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며 책임을 국회에 돌리고 있으나 여당도 추가 논의가 실종된 상황이어서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안전운임제 일몰폐지’ 법안 기로

11일 오전 국민의 힘 최고위원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11일 오전 국민의 힘 최고위원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을 단독 상정했다.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일몰제 폐지를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야당 단독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의회 폭거”라며 즉각 반발한 가운데 정부 측도 불참하면서 법안 심의는 뒤로 밀렸다.

소위원장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올해 말 일몰된 예정으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법안 심의를 늦출 수 없는 절박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의에 불참한 여당과 정부를 향해 실망스럽고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만 이날 회의장에 들어와 선 채로 “머릿수가 많다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회의를 열고 일방적으로 해도 되느냐”며 “민노총 조직 확대에 협조하는 법안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민주당은 소위를 다시 열어 소관 부서인 국토부 장‧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의결했다.

다만 해당 법안이 추후 처리되더라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어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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