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민주노총은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C (삼립식품·파리바게뜨) 자본의“사회적 합의 불이행! 민주노조 탄압!” 규탄 대회를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남기두 기자
15일 오전 민주노총은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C (삼립식품·파리바게뜨) 자본의“사회적 합의 불이행! 민주노조 탄압!” 규탄 대회를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남기두 기자

지난달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불매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맹점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SPC의 빵을 납품받던 대기업 사업장들도 납품처를 변경하는 등 불매 운동이 기업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전국 가맹점 매출이 평균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앞두고 불매 운동이 이어지면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점주들은 우려하고 있따.

가맹점주협의회는 불매 운동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손실 보상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SPC그룹,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 봉착

 “해피포인트 앱을 삭제했습니다.” 최근 SPC그룹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움직임이 젊은 층부터 확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대학가와 젊은 층이 몰리는 지역 위주로 가맹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5일 해피포인트 앱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합산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62만 8000여 명이었다가 다음 날 57만8000명으로 8% 빠졌다. 이튿날인 17일에는 57만4000명으로 더 내려갔고 ‘불매운동’이 온·오프라인에서 움직임이 커진 18일에는 54만8000여 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해피포인트 앱 DAU는 19일 60만 명으로 잠시 올랐으나, 하루 만에 다시 55만5000명으로 급감한 뒤 21일에는 53만8000명으로 더 줄었고 22일에는 53만1000명까지 급감했다. 이는 이 앱이 지난 1년간 기록한 DAU 중 가장 낮은 수치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임금 비교자료 입수 및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남기두 기자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임금 비교자료 입수 및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남기두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사업장들도 SPC 제품을 거부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SPL이 생산하는 샌드위치 등 SPC 제품 지급을 중단하고, 다른 기업의 제품으로 대체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한국GM 부평공장도 노조의 요구에 따라 간식으로 제공하던 SPC삼립의 빵을 다른 경쟁사 제품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PC그룹은 ‘배임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8일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SPC 계열사들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SPC삼립을 부당 지원해 414억 원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혐의로 2020년 7월 SPC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 “가맹점주만 고통” vs “본사 압박 느껴야”

 일각에서는 SPC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이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만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PC 브랜드 가맹점은 2020년 말 기준으로 파리바게뜨 3425개, 배스킨라빈스 1466개, 던킨도너츠 579개, 파스쿠찌 491개 등 6000개를 넘어선다. 특히 SPC의 대표적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가맹점 중 직영점은 35개로 1%에 불과하다. 불매 운동 여파에 본사 측보다는 당장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직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빵류 제조업체 82곳의 전체 매출 4조5172억 원 중 SPC그룹 계열사 5곳의 매출이 3조7658억 원으로 83.4%를 차지했다. 파리크라상과 SPC삼립만 해도 빵류 제조업체 전체 매출의 71%에 이른다.

한 SPC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와 가맹점과의 관계는 사실상 갑과을”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를 받는 가맹점들은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하냐”며 하소연했다.

반면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은 안타깝지만 그룹의 불공정한 시스템을 바꾸려면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과거 불매 운동의 표적이 된 남양유업의 경우 2013년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끊이질 않는 논란으로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가총액은(지난해 기준) 46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결국 홍원식 회장이 사퇴를 발표하며, 지분매각 약속을 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대리점은 통상 여러 회사의 우유 제품을 취급하지만, SPC 가맹점들은 본사와 전속계약을 맺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을 팔 수 없어 가맹점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spc 사진 제공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spc 사진 제공

일단 SPC측은 가맹점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완제품 빵 13종을 반품 처리하기로 했다. 11월까지는 35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맹점주협의회측은 재고품 반품 처리 수준으로는 피해 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20년 개정 시행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 또는 본사 임직원의 잘못으로 가맹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문제는 본사의 위법 여부와 불매 운동으로 인한 가맹점들의 매출 하락간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일반 개인들인 가맹점주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입증 책임까지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며 “SPC그룹은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은 가맹점주들을 위한 피해 보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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