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31일 오전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들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시민들이 31일 오전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들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1명 늘어 모두 157명이 됐다.

추가 사망자는 이태원 참사로 투병 중 뇌사 판정 뒤 장기를 기증한 국군 장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 오후 6시 기준 사망자는 157명, 부상자는 197명이라고 밝혔다. 현재 11명이 입원 중이다. 사망자는 내국인 131명, 외국인 26명이다.

이번 참사는 첨단 정보통신(IT) 기술 강국이자 대중문화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 벌써부터 ‘꼬리 자르기·책임 공방’

이태원 참사 수사를 놓고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겨냥한 본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수본은 늑장‧부실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총경(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류미진 총경, 이임재 총경, 용산구청장, 용산소방서장 등의 휴대폰 총 45대를 확보했다. 핼러윈데이 안전대책 등 문서 472점, PC 전자정보 1만2593점, 폐쇄회로 TV(CCTV) 영상 15점도 압수했다.

31일 오후 국과수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31일 오후 국과수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특수본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휴대폰, 핼러윈축제 관련 문서, 관련 CCTV 영상 파일, 컴퓨터 저장정보 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9일 이태원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하고 10일 ‘각시탈’ 의혹 관련자 2명을 참고인 조사했다. 해밀톤호텔 대표와 ‘각시탈’은 각각 불법 증축을 통해 통행을 방해한 혐의, 길바닥에 아보카도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밀톤호텔 대표는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본관 서쪽에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용도로 철로 된 가벽을 세워 통행을 방해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모두 이태원 참사 이후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으나, 정작 참사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은 경찰과 소방, 용산구에 돌리고 있는 셈이다.

31일 오후 경찰이 지난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31일 오후 경찰이 지난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러윈 안전대책 수립과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해서 조사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이 직접 밝힌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 일부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전) 사전 현장 점검을 두 차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CTV 상으로는 집 주변 퀴논 길이 아닌 엔틱가구거리를 따라 8시 22분 자택 인근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현장 점검이라고 보기엔 시간도 2분 정도로 지나치게 짧다.

서울시는 2개 이상 자치구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 재난 문자를 발송한다며 일차적인 참사 책임을 용산구에 돌리고 있다. 특히, 용산소방서장 입건엔 ‘경찰이 책임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용산구에 내린 재난 문자 발송 지시가 1시간 18분 만에 이행되는 등 사고 대응 지휘마저 부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한편, 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핼러윈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 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정 경감은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으로 특수본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급급하거나 어느 한 기관을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면 같은 참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사상자 가족, 국가 배상 소송 움직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되는 가운데 일부 참사 사상자 가족들이 국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국가배상 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아울러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 배상을 청구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면 경찰의 과실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참사 4시간 전부터 현장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접수됐으나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 대응에 대한 증거들이 나온 만큼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많은 군중이 밀집한 당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야당 일각에서도 정부를 대상으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시점이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참사 유족 등에 대한 정부의 보상 차원을 넘어서 손해배상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지난 8일 “정부 당국은 이번 참사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았다”면서 “희생자 유족이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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