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미남당’ 방영을 항의하는 기자간담회 ‘KBS 드라마 ‘미남당’ 제작발표회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것들’이 진행됐다./ 남기두 기자 
27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미남당’ 방영을 항의하는 기자간담회 ‘KBS 드라마 ‘미남당’ 제작발표회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것들’이 진행됐다./ 남기두 기자 

방송사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방송 현장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 노동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스태프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첫 방영된 KBS2 드라마 ‘미남당’ 사태는 방송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 KBS 드라마 ‘미남당’, 불법 노동 문제 ‘수면위’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KBS 불법제작 드라마 미남당 방영 규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미남당’ 드라마 촬영장에 참여했던 현장 스태프 10여명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계약거부 방식으로 대량 해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스태프 노동자들의 처우가 여전히 열악함이 수면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들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기술팀(조명‧동시녹음‧그립 등) 스태프들은 지난 5월 30일 ‘미남당’ 제작사인 ‘피플스토리컴퍼니’와 ‘몬스터유니온’에 노동조합(방송스태프지부)과의 노사협의를 통해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다. 이에 다음날인 5월 31일 제작사는 “노사협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노사협의를 요구하는 전원에 대해 재계약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의 해고 통보인 것이다.

제작사측은 “드라마 스태프는 노동자가 아니다”며 “개별용역계약을 맺은 프리랜서로 근로자가 아니기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지부 김기영 지부장은 “방송스태프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받았지만 제작사는 이를 무시하고 불법적인 위탁계약을 맺어왔다”면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스태프들에게 제작사는 하루만에 재계약 거부를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2018년, 2019년 두 차례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감독급(팀장)을 제외한 드라마 스태프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었지만 여전히 현장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한 스태프가 미남당 드라마 시청거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한 스태프가 미남당 드라마 시청거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올해 방송스태프지부에서 진행한 조합원 업무현황 조사에 따르면 개별용역계약서를 체결하는 비율이 68%로 가장 높으며, 계약서를 쓰지 않은 구두계약의 경우도 13%에 달했다. 현장 스태프들이 제작사에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했으나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

김기영 지부장은 “여전히 많은 제작사들이 근로계약서가 아닌 용역계약서를 체결하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드라마 촬영을 강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방송드라마 제작 현장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왜?

 20년동안 ‘K-드라마’는 한류의 선봉에 있었지만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라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했다. 방송 날짜 맞추기에 급급해 배우와 스태프가 툭하면 밤샘 촬영을 해 온 것이다.

일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 2회분을 제작하는 국내 방송 현장에서 생방송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촉박한 촬영 일정을 강행하기에 드라마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노동법의 사각지대’와 다름없는 셈이다. 젊은 스태프들은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는커녕 부당노동행위를 감수해야 했다.

지난 2016년 CM E&M에 입사해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방송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한빛 PD는 유서를 통해 하루 2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휴게 시간의 절대적 부족 및 부재,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을 고발했다.

방송계의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한빛 PD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6개월여 동안 ‘미남당’ 스태프들은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촬영을 진행해왔다.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하루 15~16시간의 노동을 하고 하루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3~4시간 수면만 가능한 상태에서 주 4일 촬영을 강행해왔다는 것이다. 1주 최대 12시간까지 할 수 있는 근로시간 연장을 ‘최대 23시간’까지 초과하기도 했다.

한 제작 스태프는 “하루 12~13시간씩 촬영할 경우 식사 시간, 이동시간, 장비 준비와 정리 시간을 포함하면 스태프들은 약 18~19시간을 촬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며 “위와 같은 일정으로 4일 연속 촬영할 경우 기본적인 수면시간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된 영화 업계와 달리 드라마 업계는 스태프를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대우하는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드라마 스태프에게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하도급·업무 위탁 등의 계약 관계를 계속해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원인은 ‘제작 비용’에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하루 촬영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제작 일수가 늘어나고 인건비와 장소 임대료가 늘어나며 그만큼 제작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근로기준법 위반은 특정 드라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제작사에 해당되는 문제다”라며 “여전히 많은 제작사들이 근로계약서가 아닌 용역계약서를 체결하며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스태프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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