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와 아시아다국적기업모니터링네트워크,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영국 본사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아시아다국적기업모니터링네트워크,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영국 본사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 11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피해구제가 미뤄지면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도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단체들은 옥시‧애경 불매 운동을 벌이는 한편, 조정안 거부 및 국가 책임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사참위는 9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책임 인정 △정부와 기업의 포괄적 피해 배·보상 실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공소시효 연장 등을 권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진상 규명을 진행한 사참위 위원들의 임기는 이달 10일로 종료됐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종합보고서는 9월 10일 전까지 국회와 대통령에 보고된다.

사참위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정부 관계 부처의 안전관리 부실이 초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1994년 가습기 살균제 제품 출시를 허가했다. 환경부는 1997년과 2003년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이 유독물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는 등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도 2011년 ‘CMIT/MIT 독성실험’ 과정을 부실 설계한 책임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케미칼‧애경‧이마트 부당표시 광고 사건을 부실 처리했다.

2007년 공산품 안전관리법상 안전검사 대상을 지정하는 고시를 제정할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전인증대상 공산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안전검사를 거치지 않고 시중에 판매돼 오늘의 참사를 낳았다.

2014년 3월 정부의 공식 피해 판정이 나왔지만 피해 범위를 ‘폐 손상’에만 한정해 다른 질환 피해자를 구제할 타이밍을 놓쳤다. 2017년에야 태아 피해와 천식이 피해 질환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각 부처의 과실은 있으나 법적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사참위의 결론이다. 대부분이 공소 시효가 지났거나 관계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공소 시효를 넘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년 7월에 마무리한 검찰의 관련 재수사 결과에서도 정부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은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상규명을 어렵게 만든 구조와 조정위의 한계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민간 조정위원회는 지난 3월 제조업체에 피해자별 최대 5억여 원, 총 7000억~9,000억여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피해조정안을 마련했으나 옥시와 애경 등이 부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조정안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11년 만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조정안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지만 조정위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기업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조정위라는 민간 기구를 만들면서 기업의 보상을 강제할 권한은 부여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관련 논의를 지켜보면서도 별도 입장을 내진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민간 기구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동 배상안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피해자 유족은 “정부가 방관하지 말고 나서서 기업들에서 보상금을 받고 피해자들을 돌보는 실질적인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참위 위원들은 권고안을 통해 정부가 가습기 참사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 의견을 직접 들어 포괄적 피해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박혜정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사참위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처음부터 진상규명과 피해구제에 노력하기보다는 조정위를 통한 면죄부 부여로 참사를 종국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단체들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피해를 배‧보상 문제를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민간 조정에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다며 정부 책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국회가 지난 2020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법을 개정해 가습기 살균제 진상 규명 기능을 삭제한 것, 지난해 5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가습기 살균제 진상 규명은 끝났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196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 신청서를 평가하던 프랜시스 올덤 켈시 박사는 윗선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탈리도마이드’라는 약품을 깐깐하게 심사하고 회사 측이 제출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약품의 독성과 효고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덕분에 각국에서 모두 1만 명 이상의 탈리도마이드 기형아가 태어났지만 미국에서는 17명에 그쳐 ‘20세기 미국의 여성 영웅’으로 불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혜정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발생한 모든 책임은 가해 기업과 정부 당국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기 보다 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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