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오전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오전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 국민 공감대를 살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에 대해 최근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오는 3일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나 하루 전날까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 소집 통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사면을 위해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한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적 여론에 비춰 이들에 대한 사면이 적절치 않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면 결정과 관련해 항상 국민적인 지지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5일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는 “사면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여론은 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2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은 68.8%로 집계됐다. 찬성은 반대(23.5%)보다 3배 가량 높았다.

앞서 국내 언론 매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 부회장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을 예측한 바 있다.

◇ 가석방 이재용 부회장, 사면 청원 왜?

‘국정농단’ 사태로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로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오는 7월 말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을 받는다.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재용 사면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기두 기자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재용 사면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기두 기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다시 청원하며 세계 경제 대전환기에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연합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들은 이 부회장 등 15명 안팎 기업인에 대한 사면 복권을 청원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7조7815억 원, 영업이익 14조121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5%, 50.5%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삼성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총수 경영 공백 등으로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지목되는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등 새 먹거리 투자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선두 기업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전년보다 20% 늘어나 128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차이가 지난해 35%포인트에서 40%포인트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가장 큰손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6년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이 부회장의 사면으로 투자 결단을 내리고 삼성전자에 닥친 대내외적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은 이 때문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며 임금 단체 협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노조가 이 부회장 집 앞에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문 대통령, ‘사면 카드’ 꺼내지 않은 이유는

청와대제공
청와대제공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사면 카드를 꺼내지 않기로 한 것은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제인 사면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의 사면을 끼워넣기 할 것이라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참여연대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등 이른바 ‘패키지 사면’을 검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서는 ‘유전무죄’를 심화시키고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사면을 해야 한다는 외부의 요구가 거세지만 문 대통령이 사면에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 양쪽을 두루 포함해야 하나 대상자 선정에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를 둘러싼 복합 불안 위기가 심화하고 있어 경제인 사면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원자잿값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환율 불안, 고물가, 기술 경쟁국의 거센 투자 추격 등 악재가 많아 기업들이 전례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제인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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