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이 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이 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기두 기자

글로벌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가 갤럭시 성능 제한 이슈에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22’의 성능 저하 논란과 주가 하락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16일 열린 제53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고사양 게임 시 스마트폰의 과열을 막기 위해 갤럭시 S22의 화면 해상도 등을 강제로 저하시키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에 대해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다”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여간 15차례에 걸쳐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초로 파업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 후 공식적으로 노조를 인정했기 때문에 임금 협상 타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삼성전자 노사 임금 협상 ‘평행선’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삼성전자 노사의 2021년도 임금협상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 탓에 결국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고, 앞으로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20년 무노조 경영원칙 폐기를 결정한 지 2년 만에 첫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선 1969년 창사 이후 아직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다.

노사 임급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데는 최근 정보기술(IT)·전자·배터리 업계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올해 임금 재원을 15% 올리기로 한 데 이어 네이버 노사는 올해 임직원 연봉을 10% 늘리는 데 합의했다.

전자업계에서도 LG전자 노사는 지난 8일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을 8.2%로 확정했다. LG전자는 지난해에도 평균 인상률 9%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인상해 삼성전자(약 4800만원)를 이미 추월했다. 경쟁사들의 이같은 연봉 인상 기조에 삼성전자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남기두 기자 

◇ 임금 갈등, 파업을 이어질까

노조가 교착 상태에 빠진 임금 교섭 돌파구로 ‘파업카드’를 꺼내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자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조 공동교섭단이 그간 요구해 온 2021년도 임금교섭의 핵심 의제는 '급여체계 개선'과 '휴식권 보장'이다. 노조는 휴식권 보장을 위해 유급휴가 7일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성과급 재원을 기존 EVA(세후영업이익에서 법인세, 향후 투자금액 등을 차감한 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본급 정률 인상에서 정액 인상으로 전환 및 포괄임금제, 임금피크제 폐지 등 급여체계 개편도 주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사 9개 노동조합 대표단과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2월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사업지원TF(구 미래전략실)는 불법적으로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인상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사측은 노사협의회와의 교섭을 이유로 노조와의 임금·단체교섭에 있어 불성실한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작년도 임금 교섭을 올해 교섭과 병합해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1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2021년 임금 교섭과 관련해 노조가 주장하는 공정한 급여체계와 최소한의 휴가권에 대한 요구에 대해 지지하는지에 대해 조합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가 사상 첫 파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여론의 뭇매는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은 맞지만 코로나19와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등 외부 여건이 악화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파업이 현실화 할 경우 국가적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조의 요구에 삼성전자 주주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주주 게시판을 통해 지나친 요구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볼 때 노사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과 평판에 타격이 불가피하므로 노조와의 협상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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